나는배롱나무의 매력에 빠졌다.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어느 날 문득,꽃이 너무 오래 피어 있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부터였다.여름은 보통 서두르다 가는 계절인데배롱나무는여름 한가운데 앉아 좀처럼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배롱나무를 보고 있으면 묘한 느낌이 든다.줄기는 매끈하고 절제되어 있는데 꽃은 지나치게 화려하다.그래서 나는이 나무를선비 같으면서도 이국적인 나무라고 혼자 이름 붙였다.단정한 도포 자락 아래 남국의 색을 숨긴 사람처럼.그런 배롱나무가이제 강원도 남부에서도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순간, 마음이 먼저 반응했다.“그럼…곧 화천에서도 볼 수 있을까?”임업을 하는 사람으로서,숲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으로서그 상상은작은 설렘이 되었다.하지만설렘은 오래 가지 않았다.배롱나무가 여기까지 왔다는 건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