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결 리더십 다이어리”

“말은 기술이지만, 리더십은 결입니다. 숲의 결로 사람의 마음을 읽고, 부드럽고 따뜻한 리더가 되는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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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시아의 숲정원

🌸 배롱나무에게 마음을 내주다

forestella 2026. 1. 9. 19:01

나는
배롱나무의 매력에 빠졌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어느 날 문득,
꽃이 너무 오래 피어 있다는 걸 알아차린 순간부터였다.

여름은 보통 서두르다 가는 계절인데
배롱나무는
여름 한가운데 앉아 좀처럼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배롱나무를 보고 있으면 묘한 느낌이 든다.

줄기는 매끈하고 절제되어 있는데 꽃은 지나치게 화려하다.

그래서 나는
이 나무를
선비 같으면서도 이국적인 나무라고 혼자 이름 붙였다.

단정한 도포 자락 아래 남국의 색을 숨긴 사람처럼.


그런 배롱나무가
이제 강원도 남부에서도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순간, 마음이 먼저 반응했다.

“그럼…
곧 화천에서도 볼 수 있을까?”

임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숲을 오래 바라보는 사람으로서
그 상상은작은 설렘이 되었다.


하지만
설렘은 오래 가지 않았다.

배롱나무가 여기까지 왔다는 건 그만큼 이 땅이 따뜻해졌다는 뜻이니까.

누군가는 “좋은 거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꽃이 늘어나고 경관이 달라지는 일이니까.

하지만 나는 안다.
숲에서 빠른 변화는 늘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배롱나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다만
살 수 있는 곳으로 이동했을 뿐이다.

그 조용한 선택이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곳의 계절이 달라졌다.”


그래도 나는 배롱나무를 좋아한다.

좋아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다만
꽃만 보지는 않겠다고, 이 나무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를 함께 기억하겠다고.


숲을 사랑한다는 건
언제나 두 가지 마음을 동시에 품는 일이다.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눈과 그 아름다움이 왜 생겨났는지를묻는 마음.


언젠가
정말로 화천에서 배롱나무를 마주하게 된다면 나는 아마 이렇게 인사할 것 같다.

“어서 와.
반갑지만,
네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는
잊지 않을게.”


나는
조금 더 천천히
숲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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