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는 바람이 먼저 도착한다.
물보다 먼저, 나무보다 먼저.
그 바람 한가운데에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같은 꿈을 꾸었다.
“여기에 숲이 있다면.”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그렇게 시작된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고대의 기록들은 말한다.
돌 위에 흙을 쌓고,
흙 위에 나무를 심고,
나무 위로 물이 흐르던 정원이 있었다고.
멀리서 보면 마치 하늘에 매달린 숲 같았다고.
그래서 사람들은 그 정원을 ‘공중정원’이라 불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다.
그토록 위대했다는 정원은 정작 바빌론 땅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수많은 발굴이 있었고,
수많은 벽돌과 신전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정원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왕들은 보통 자신의 업적을 돌에 새겼다.
전쟁, 정복, 신전, 도시.
그러나 그 어떤 왕의 비문에도 공중정원은 등장하지 않는다.
마치 일부러 침묵한 것처럼.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말한다.
그 정원은 바빌론이 아니라 니네베에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니네베의 왕은
산에서 물을 끌어와사막에 숲을 만들었다고 기록했다.
실제로 그 물길의 흔적은 지금도 돌로 남아 있다.
사람의 손으로 만든 수로가 사막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 숲을 보고, 그 기적을 보고, 시간이 흐르며 이름을 바꿔 불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정원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이것이다.
사막 한가운데서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자연을 다시 불러오려 했다는 것.
출처 입력
돌 위에 흙을 올리고,흙 위에 물을 올리고,물 위에 나무를 올리는 일.
그건 사치가 아니라 그리움의 기술이었다.
전해지는 이야기 속에서
왕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왕비를 위해 그 정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산과 숲이 없는 땅에서
산을 만들고,숲을 불러오고,계절을 재현하는 일.
그 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나는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인간은
자연을 떠나도
자연을 잊지 못했다는 사실.
출처 입력
그래서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존재했는지보다
왜 지금까지그 이야기가 남아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돌은 무너졌고,흙은 흩어졌고,물길은 말랐을지 모르지만
그 정원에 대한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마도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한 번 존재했을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계속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사막에서 숲을 떠올리는 모든 순간에,
콘크리트 위에 화분 하나를 올리는 마음에,
도시 한복판에서 나무 그늘을 찾는 우리의 발걸음 속에.
바빌론의 공중정원은 돌 위에 세운 숲이 아니라,인간이 끝내 포기하지 않은 자연에 대한 기억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지금도,우리 안에서 자라고 있다.
'🌿 루시아의 숲정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호랭이동산 대참사… 대장 뱜이 화났습니다 (0) | 2026.04.28 |
|---|---|
| 식생활교육강사로서의 자세와 역할 (0) | 2026.02.28 |
| 나는 오늘, 나를 살리고 남을 챙겼다.”…근데 수강신청은 너무 빡셋다 (3) | 2026.02.11 |
| 기억해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0) | 2026.02.06 |
| 나, 오늘 혼자 걷도는 거 아닐까.’ (0) | 2026.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