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결 리더십 다이어리”

“말은 기술이지만, 리더십은 결입니다. 숲의 결로 사람의 마음을 읽고, 부드럽고 따뜻한 리더가 되는 기록.”

“마음을 밝히는 힘” 자세히보기

🌿 루시아의 숲정원

많이 바빴지만 괜찮았던 날의 기록

forestella 2026. 1. 24. 21:46

 

오늘도 이른 아침부터 햇살이 유난히 환했다.

커피 한 잔에 후레쉬베리 한 조각.

입안에 퍼지는 단맛에 기분도 덩달아 조금 올라갔다.

 

축제장 스피커에서는 산천어 방송을 하는 여성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동동 떠다녔다.

시끄럽다기보다는, 살아 있다는 배경음 같은 소리였다.

연인들은 산천어를 들고 웃으며 다가오고,

어떤 가족은 어린왕자 의 손을 잡은채 천천히 다가왔다.

아, 오늘은 괜찮은 날이겠다.

그런 예감이 드는 아침이었다.

 

점심 무렵부터 손님들은 정말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사람들은 손도 몸도 꽁꽁 얼어 있었는데,

이상하게 카드만은 늘 따끈따끈했다.

외투 안주머니에서,엉덩이 주머니에서 , 핫팩이랑 꼭 붙어 있다가 나온 카드들.

차가운 손과 따뜻한 카드 사이를 오가며 하루 종일 계산을 했다.

 

내 옆 작은 전기 난로 위에는,

내가 먹으려고 올려둔 귤이랑 두유가 조용히 데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아주 작은 왕자나 공주가 계산대 앞에 서 있을 때면,

나는 가끔 두유를 하나 들어서아이 엄마에게 건네며 이렇게 말한다.

“뜨거워요. 조금 식으면 아가 주세요.”

그 말 한마디에 아이는 눈이 커지고,

옆에 있던 엄마는 잠깐 멈췄다가 고맙다고 말한다.

겉보기엔 깍쟁이 같던 젊은 엄마들도, 그 순간만큼은 표정이 풀어지며 고맙다는 말을 한다.

모든 아이에게 다 줄 수는 없다.

하지만 가끔,

‘지금 이 아이한테는 이 따뜻함이 더 필요하겠다’싶은 순간이 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속으로

“우리 간식인데…” 할지도 모르지만,나는 그냥 내 몫을 나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덜 먹고,

조금 더 추워도 괜찮다.

그 아이가 오늘 축제를조금 덜 차갑게 기억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오늘도 손은 카드 단말기 위에 오래 머물렀고,

발은 차가운 바닥 위에 붙어 있었지만,

마음까지 고갈되지는 않았다.

 

어제 문득 떠올랐던 모차르트의 선율

(Canzonetta sull'aria 모짜르트 오페라 피기로의 결혼 중 이중창)처럼,

오늘 하루도 요란하지 않게, 그러나 나쁘지 않게 흘러갔다.

 

귤처럼 새콤하고,

두유처럼 따뜻한 장면들이

군데군데 섞인 하루. 아마 오늘을 이렇게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많이 바빴지만,

그래도 괜찮았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