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결 리더십 다이어리”

“말은 기술이지만, 리더십은 결입니다. 숲의 결로 사람의 마음을 읽고, 부드럽고 따뜻한 리더가 되는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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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시아의 숲정원

살짝 닳은 마음도, 하루의 일부라서

forestella 2026. 1. 23. 22:17

체감온도는 영하 이십 도 아래.
사람들의 숨은 하얗게 흩어지고, 물은 튀자마자 얼어붙었다.

나는 오늘도 계산대 앞에 서 있었다.
손님들은 고기를 들고 오고,
카드는 늘 마지막에야 주머니 속에서 나온다.

예전 같았으면 웃으며 말했을 것이다.

“천천히 하세요.”

오늘은 그 말이 입에서 나오긴 했지만,
마음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말이 조금 줄었고,
표정을 만드는 데 잠깐의 힘이 더 필요했다.

그걸 내가 제일 먼저 알았다.


카드를 찾느라 가방을 뒤적이는 사람을 보며
잠깐, 아주 잠깐
못된 마음이 스쳤다.

“왜 준비 안 해왔을까.”

그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얼른 얼굴에 미소를 얹었다.

그 사람 말고,
그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이
내 얼굴을 보고 있을까 봐.


가끔은 예쁘고 착해 보이는 사람에게만
괜히 앙탈을 부린다.

“아잉~ 카드는요? 고기만 들고 오면 어떡해요. 카드랑 같이 탁~”

그러면 그 사람은 웃으며 말한다.

“아, 죄송해요.”

서로 웃는다.

아마 그게,
내 마음이 아직 완전히 얼지 않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추운 날,
마음먹고 놀러 온 사람들이다.

괜히 여기까지 와서
기분 상하고 돌아가면 안 되잖아.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마음을 조금 접어 주머니에 넣고
대신 미소를 꺼내 들었다.

그게 내 일이라서가 아니라,
내 성격이라서.


그래도 안다.

말이 줄어들고,
눈빛이 빨리 마르는 건

내가 나빠져서가 아니라
조금 지쳤기 때문이라는 걸.

친절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아껴 쓰게 되는 시기라는 것도.


오늘은
큰일이 있었던 날도 아니고,
특별히 슬픈 날도 아니었다.

그저

손이 조금 더 시렸고,
사람이 조금 덜 왔고,
마음이 살짝 닳은 날.

그 정도의 하루였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대단하지 않아도 좋고,
밝지 않아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잘 버텼고,
할 일 했고,
글도 썼고,
이제 쉴 수 있으면 된다.

그걸로 충분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