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9시까지
풍산리 마을 밥상에서 열리는
풍산리부녀회 만두 빚는 모임에 초대인지, 호출인지 모를 연락을 받고 집을 나섰다.
아침 7시에 눈은 떳는데 몸만 꼼지락거렸지, 일어날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 삼식아저씨의 꿍시렁에 마지못해 이불을 걷어냈다.
“아, 차가 엄마 집에 있네.”
“좀 태워다 줘.”
“일찍일찍 좀 움직이라니까…”
말끝에 짜증이 잔뜩 묻어 있다.
미안하다고 했다.
난 20분 이면 갈 줄 알았다고그랬더니 이 사람,
“산에서 내려오는 데만 10분이야.”
맞는 말이다.
그래도 늦지는 않게 도착했다.
엉?
부녀회원들이 생각보다 많이 모여 있다.
사람이 부족해서 불렀나 했는데 아니었다.
역시 단합 잘되는 풍산리 부녀회다.
이건 인정이다.
자리는 금세 정해졌다.
한 사람은 만두를 찌고,
두 사람은 만두피 기계 앞에서
반죽을 돌리고, 얇게 밀어 만두피를 찍어낸다.
여덟 명은
말없이, 부지런히 만두를 빚어낸다.
재밌는 건
모두 같은 재료인데
만두 모양은 하나도 같지 않다는 것.
손맵시가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삶이 다르니
만두도 다 다르다.
나는 만두피를 나눠주고 완성된 만두를 받아 냉동고에 가지런히 넣는 역할.
그런데 냉동고 맨 밑칸에 만두를 넣으려니
어쩔 수 없다.
난 오늘,만두 앞에 무릎을 꿇었다.
“흠마…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만두한테 무릎을 꿇다니…”
궁시렁거렸더니
만두 빚던 아줌들 전원이 까르르—
순식간에 작업장은 웃음판이 됐다.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각자 자기 자리에서 할 일을 정확히 아는 사람들.
말은 많지 않아도 손은 정확하고,웃음은 중간중간 흘러나온다.
아침에 묻어 있던 짜증은 만두피만큼 얇아져 어느새 사라졌다.
아,
이래서
‘부녀회’라는 이름이 아직도 살아 있는 거구나.
그렇게 웃고,
그렇게 움직이고,
그렇게 손을 바삐 놀리다 보니
와— 끝났다.
그 많은 만두 속을 다 해치웠다니. 역시 부녀회원들의 단합은 멋지다.
어느새 오후 세 시.
“오늘 제일 고생 많으셨어요.”
그 말 한마디에 괜히 허리가 펴지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찐 만두 한 팩은 삼식아저씨 몫으로 사 왔고
내일은 네 팩 더 사기로 했다.
부녀회장 화숙 언니는고맙다며 가래떡 한 뭉치를 아낌없이 싸준다.
다 끝났다고 신랑을 부르니
어머나,제일 먼저 달려와 준다.
집에 돌아오니 삼식아저씨신났다.
찐 만두를 우걱우걱 드시고
가래떡을 집어 들더니
꿀에 찍어 먹고,
참기름 소금에 찍어 먹고,
도라지 조청에도 찍어 먹고…그리고는 말한다.
“저녁은 김치찌개지?”
흠마…
속으로는 ‘저 돼지…’ 했지만
겉으로는
“응, 알았어.”
오늘은
그냥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만두 앞에 무릎을 꿇은 날이니
이 정도는 넘어가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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