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결 리더십 다이어리”

“말은 기술이지만, 리더십은 결입니다. 숲의 결로 사람의 마음을 읽고, 부드럽고 따뜻한 리더가 되는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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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시아의 숲정원

강은 왜 곧게 흐르지 않을까?

forestella 2025. 12. 29. 08:30

북한강은 왜 곧게 흐르지 않을까

— 오솔길을 생각하다

북한강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저 강은
굳이 저렇게 돌아서 가는 걸까.

직선으로 가면
더 빠를 텐데,
더 효율적일 텐데.

하지만 강은
서두르지 않는다.

딱딱한 곳을 피해
조금 더 부드러운 땅으로,
저항이 덜한 쪽으로
자연스럽게 몸을 틀어 흐른다.

빠른 물은 바깥을 깎고
느린 물은 안쪽에 머문다.
깎이고, 쌓이고,
그 과정이 반복되며
강은 어느새
자기만의 곡선을 만든다.

그 곡선은
우연이 아니라
시간이 만든 선택이다.


숲에 들어가면
길도 그렇다.

숲길은 좀처럼
곧게 나 있지 않다.
특히 오솔길은 더 그렇다.

오솔길이라는 말은
오소리가
배로 땅을 밀며 다닌 자리에
사람의 발자국이 더해져
길이 되었다는 데서 왔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참 닮았다.

강이 스스로 흐르며 길을 만들듯,
동물의 몸이 먼저 지나가고
사람이 그 흔적을 따라
조심스럽게 걸었을 뿐이다.

누군가 설계하지 않았고,
누군가 지시하지도 않았다.

그저
몸이 먼저 알고 있었던 길.


오솔길을 걸을 때
사람은 자연스레 속도를 낮춘다.

고개가 자주 돌아가고
발걸음은 조심스러워진다.
바람 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자기 숨소리가
그제야 들린다.

직선의 길에서는
목적지가 먼저 떠오르지만,
구불구불한 길에서는
지금 이 순간이 먼저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강도, 오솔길도
모두 같은 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돌아서 가는 길이
틀린 길은 아니라고.


북한강은
결국 바다로 가고,
오솔길은
어딘가의 빈터로 이어진다.

도착지는 정해져 있지만
그 사이의 길은
각자의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자연은
가장 빠른 길을 택하지 않는다.
가장 오래 버틸 수 있는 길을 택한다.

그리고 그 길은
대부분
구불구불하다.

오늘은
그 곡선 위를
조용히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