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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stella 님의 블로그

사진 한 장, 어린왕자 뒤에 숨은 ㅣ그때도 안고 있었고, 지금도 바라보고 있다 본문

🌿 루시아의 숲정원

사진 한 장, 어린왕자 뒤에 숨은 ㅣ그때도 안고 있었고, 지금도 바라보고 있다

forestella 2026. 9. 22. 21:21

어린왕자 뒤에 숨어 있던 작은 손주.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다시 꺼내 보았다.

사진 속 나는 40대였고 품에는 아주 작은 아기가 안겨 있었다.

지금 보면 참 자연스러운 장면인데, 그때의 나는 아마 조금 얼떨떨했을 것이다

. 내가 벌써 할머니라니.

마음은 아직 젊었고, 세상 돌아가는 일도 궁금했고, 해야 할 일도 많았다.

그런 나에게 어느 날, 작고 말랑말랑한 생명 하나가 찾아왔다. 손주였다.

 

그 시절 손주를 데리고 병원에 갔던 기억이 있다.

대기실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데,

할머니 한 분이 손주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셨다.

나 한 번 보고, 아기를 보고, 다시 나를 보고. 그 시선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속으로 아마 여러 생각을 하셨을 것이다.

'엄마인가?' '할머니인가?' 그러다 아기가 너무 예뻐 보였는지, 마침내 결론을 내리셨다.

혼잣말이 아니라 나에게까지 또렷이 들리게.

"애 아빠가 잘생겼구먼." ??? ^^

내 손주가 너무 잘생겼다는 칭찬으로 들었다.

그 순간의 황당함이 두고두고 웃음이 난다.

 

사진이란 참 이상하다.

얼굴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때 입었던 옷의 감촉과 방 안의 공기와 아이를 안았을 때의 무게까지,

어딘가에 함께 숨겨놓는다.

이번에 이 사진을 다시 만나면서, 손주 얼굴은 어린왕자 책으로 살짝 가려준다.

초상권을 지켜주기 위해 ^^

 

지금 돌아보니, 그 시절도 결국 내 인생에서 아주 따뜻한 한 장면이었다.

딸에서 엄마가 되고,

엄마에서 할머니가 되고,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누군가에게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 된다.

나도 그렇게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

 

많은 사진을 남겨야겠다는 욕심은 이제 없다.

휴대폰을 바꾸면 사라지는 사진도 있고,

어딘가 앨범 속에서 오랫동안 잠자는 사진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다시 만나고 싶은 사진 몇 장이면 충분하다.

오늘 다시 만난 이 사진처럼. 40대의 나와, 아기였던 첫 손주와, 어린왕자 한 권.

 

 

그때도 나는 아기를 안고 있었고, 지금은 그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참 많이 변했는데, 참 이상하게도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여전히 같은 사람이다.

 

오늘 숲길에서 도토리를 주웠다.

포장길에 소복이 떨어져 나를 기다리는 도토리 ^^.

산속을 뒤지며 줍기는 겁도 나고 가져오기도 번거로워 혼자는 하기 힘든 도토리 줍기인데,

"저 좀 가져가세요" 하듯 쏟아져 모여 있는 도토리를 외면 못 하는 나였다.

 

삶이란 어쩌면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나간 것은 추억이 되고, 우리는 그 사이에서 오늘을 살아간다.

40대에 할머니가 된 나. 그때는 조금 웃기고 어색했던 그 이름이, 이제는 제법 따뜻하다.

 

사진 속 작은 아이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한다.

"우리 손주, 너 참 작았구나."

그리고 조금 웃는다.

"나도 참 젊었고." ^^

 

ㅡ 여성임업인 루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