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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estella 님의 블로그

새벽 12시 55분, 알람이 미쳤다고 생각한 날 본문

🌿 루시아의 숲정원

새벽 12시 55분, 알람이 미쳤다고 생각한 날

forestella 2026. 9. 19. 15:29

 

오늘 오후 1시부터 줌 강의가 있었다.

그래서 전날, 알람을 맞춰놓았다.

12시 55분. 여기까지는 완벽했다.

 

문제는 내가

12시 55분을 '오전'으로 맞춰놓았다는 것.

 

새벽 12시 55분,

갑자기 알람이 울렸다.

삐삐삐삐—

잠결에 눈도 제대로 뜨지 않고 생각했다.'얘가 미쳤나?'

그리고 꾹, 꺼버리고 다시 잤다.

나는 분명 오후 1시 강의를 위해 맞춘 알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오후 1시가 지나고,

1시 35분쯤 문득 정신이 들었다.

'어…… 줌?' 허겁지겁 노트북을 켜고 들어갔다.
강의실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우들과 또 열강 하시는 교수님이 보였다.

줌으로 접속한 학생은 고작 여섯 명.
조용히 잘~ 스며들었다고 생각 했는데 ....

 

숨을 곳도 없었다.

"000님?"

"네~~~."

늦게 들어온 학생 하나가

화면 한가운데서 너무나 정직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나 보다.

 

강의를 듣고

교수님 공지사항까지 듣고 쿨~ 하게 퇴장.

 

그리고 지금 생각한다.

예순셋쯤 되면이런 실수쯤은 이제 안 할 줄 알았는데.

 

가만히 보면 12시가 참 이상한 숫자다.

밤 12시는 오전이고,

낮 12시는 오후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오늘은 그 지식이 잠시 자리를 비웠던 모양이다.

나이가 들면 모든 걸 능숙하게 처리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예순셋에도

알람을 잘못 맞추고,

새벽에 울린 알람에게 화를 내고,

정작 미친 건 알람이 아니라 나였다는 사실을 오후가 되어서야 알아차린다.

 

그래도 뭐,

이런 실수 하나쯤은

나이 들어서도 웃을 수 있는

귀여운 흠 하나쯤으로 남겨두자.

 

오전12시와 오후12시

그 사이 어디쯤에서 나는 줄곧 길을 잃어온 건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부로, 12시와 화해하기로 했다.

더는 탓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ㅡ 여성임업인 루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