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6/10   »
일 월 화 수 목 금 토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forestella 님의 블로그

숲에서 살아온 시간이 말이 되던 날 본문

🌿 루시아의 숲정원

숲에서 살아온 시간이 말이 되던 날

forestella 2026. 9. 19. 21:40

오늘, 숲으로 손님을 맞습니다

아침부터 숲을 한 바퀴 둘러보았습니다.
풀숲을 살피고, 길을 돌아보고,
사람들이 앉을 의자도 하나하나 닦았습니다.

 

숲길에서 만난 꽃은 딱 세 송이만 꺾어
작은 바구니에 얹었습니다.
우리 산의 꽃은
그 자리에 피어 있을 때 가장 예쁘니까요.

오미자차와 소박한 다과를 준비하고
오늘의 손님을 기다렸습니다.


화천귀농귀촌학교 실습생들.
벌써 세 번째 만남입니다.
처음 만난 지도 어느새 2년이 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내 신랑이 숲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처음엔 조금 버벅거리던 사람이
이제는 제법 자연스럽습니다.
아무래도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라 그런가 봅니다.

경사진 산을 오르고,
나무를 직접 보고,
예초기를 메고,
비를 맞고 땀을 흘리면서
몸으로 하나씩 익혀온 시간.
책으로 아는 것과 몸으로 겪어 아는 것은 또 다른 세계니까요.

그렇게 살아온 시간이
어느 순간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수 있는 자기만의 이야기가 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오늘 그 모습을 보면서 조금 새삼스러웠습니다.
아, 우리 신랑도 어느새
자기가 살아온 시간이 하나의 교과서가 되었구나.

처음에는 조금 서툴렀지만
숲에서 살아온 시간이 그 사람의 말이 되어가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옆에서 슬쩍 엄지척 하나를 해주었습니다.
"PPT만 있으면 전문강사급인데?"

그리고 오늘의 진짜 강사가 또  있었습니다.


숲.

사람의 진솔함이 마음을 열었다면
숲의 풍광은 그 마음을 통째로 사로잡았을 겁니다.
실습생들은 아마
숲에 들어서는 순간 이미 마음을 다 빼앗겼을 겁니다.

사람이 준비한 것은 소박했지만 나머지는 숲이 다 준비해주었습니다.

 

오늘 하늘그린농장은 그렇게 손님을 맞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또 하나 배웠습니다.

사람이 살아온 시간은
언젠가 누군가에게 건네줄 이야기가 된다는 것. 🌿

 

ㅡ 여성임업인 루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