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생각했다.
“오늘 그렇게 춥다더니… 어? 안 추운데?”
하늘도 비교적 밝고, 공기도 생각보다 부드러워서 올해 첫날은 조금 수월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산의 날씨는 늘 그렇듯, 마음을 쉽게 읽히지 않는다.
오후가 되자 바람이 슬쩍 방향을 틀었고, 눈발이 조금씩 섞이기 시작했다.
‘아,일기예보 대로 눈이 내리네.’
그 예감은 저녁 무렵 정확해졌다.
함박눈이 펑, 펑.
하늘이 아낌없이 쏟아붓듯 눈을 내려주었다.
마치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처럼
.
오늘은 예약 낚시터 근무다.
현장은 생각보다 더 분주했다.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의 손을 꼭 잡고 들어오는 모습이 유난히 많았다.
체감상 손님 열 팀 중 여섯 팀은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이었다.
두꺼운 옷에 파묻혀 걷는 아이들, 장갑 낀 손으로 낚싯대를 꼭 쥐고 있는 작은 손들,
물고기보다 먼저 눈을 반짝이며 구멍을 들여다보던 얼굴들.바쁘다 보니 사진을 많이 남기지는 못했지만,
아이들 웃음소리는 종일 귓가에 남았다.
추위도, 피곤함도 그 소리 앞에서는 잠시 비껴가는듯 쉼을 얻는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축제를 하나 보다.’
고단한 몸으로 서 있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눈은 점점 굵어지고, 발밑의 얼음은 더 단단해졌다.
사람들의 어깨에도, 모자 위에도, 낚싯대 끝에도 하얀 시간들이 조용히 쌓여갔다.
오늘 하루는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날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런 날들이 모여 계절이 되고,기억이 되고, 나중에는 그리운 이야기가 된다는 걸.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눈은 펑~펑~ 내리고 있었다.
손끝은 시렸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따뜻했다.
아이들 얼굴 때문이었을까,
눈 오는 풍경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냈다’는 안도 때문이었을까.
산천어 축제 첫날.
조용히 시작되었고, 눈으로 마무리된 하루.
내년 이맘때쯤 다시 떠올리면,
아마 이렇게 말하게 되겠지.
“그날 눈 참 예쁘게 왔었지.”
그리고 또 웃으며, 다음 계절을 준비할 것이다.
— 숲에서, 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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