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하루를 집에서 보냈다.
오늘도 비슷했다.
일을 안 했다는 사실보다 몸과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는 내가 조금 낯설었다.
혼자 일하러 나가는 사람의 등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먼저 든다.
추운데, 힘들 텐데.
그래도 묵묵히 나가는 모습이 고맙기도 하다.
그런데 마음 한편에서는 자꾸 다른 감정이 올라온다.
“혼자 하라”는 말.
일을 통째로 두고 가버리는 방식.
밭도 아니고 산에서 하는 일인데 어떻게 혼자 하라는 말이 이렇게 쉽게 나올 수 있을까.
물론 신랑은 혼자서도 잘한다.
예초기도 돌리고,거름도 뿌리고, 묵묵히 해낸다.
그래서일까.
나도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방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같이 하는 게 좋다.
일이 반으로 줄어서가 아니라, 서로를 볼 수 있어서.
혹시 다치지는 않았는지, 힘들지는 않은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다”라는 감각이 나를 안심시킨다.
그래서 같이 하자고 말한다.
도와달라는 말이 아니라,
함께하자는 말이다.
어제는 석화가 도착했다.
엄마 드시라고 반을 쪄서 올렸다.
너무 맛있다며,
너무 많다며, 같이 먹자고 하시더니 정작 혼자 다 드셨다.^^
그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괜히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칼로 까드셔야 하니
다칠까 봐
신랑과 둘이서 다 까드렸다.
그렇게 좋아 걸 보니 또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와서는 우리도 쪄 먹었다.
샤샤 가족이 달려들고, 집이 조금 소란스러워졌지만
그래도 따뜻한 밤이었다.
나는 일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다.
게으르고 싶은 것도 아니다.
다만혼자서 떠안는 방식으로는 이제 오래 못 가겠다는 걸 내 몸이 먼저 알아차린 것 같다.
같이 일하고 싶다는 말은 부담을 나누자는 말이 아니라 삶을 같이 걷고 싶다는 말이다.
산에서는 더 그렇다.
산은 늘 변수가 있고, 늘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같이 가고 싶다.
오늘 하루를 쉬며그 생각을 조금 더 분명히 했다

에필로그
숲은 혼자 가꾸는 것 같아도
결국은 여러 손길이 필요하다.
햇빛과 바람,
비와 토양,
보이지 않는 미생물까지.
사람도
그런 존재가 아닐까.
같이 가는 길이
조금 느릴 수는 있어도
더 오래, 더 안전하게 가는 길이라는 걸
나는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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