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5일, 하늘그린농장의 가을
화천의 가을 산속일기, 보랏빛 야생화와 산국차 한 잔
풀인 줄 알고 뽑았던 그 아이들, 하늘정원에서 배운 가을
꽃이 피고 나서야 알았다
가을이 깊어가는 하늘그린농장입니다.
마가목 주변을 정리하며 풀을 뽑았다
나무가 잘 자라려면 둘레를 깨끗하게 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별다른 의심 없이 호미를 들었다.
그런데 일을 마치고 돌아보니 노란 꽃송이를 매단 풀들이 눈에 들어왔다.
산국은 향기를 뿜으며 바람에 흔들리고,
구절초는 낙엽 사이에서 연분홍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붉게 물든 잎들은 가을 햇살을 받아 더욱 선명했다.
아, 저 아이들도 꽃을 피우는구나.
꽃이 피기 전에는 그저 풀인 줄만 알았다.
어린잎만 봐서는 어떤 꽃이 될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뽑아버린 풀 가운데도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울 아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조금 미안했다.

내년에도 만나고 싶은 작은 보랏빛 꽃
며칠 전, 가족들과 밤을 줍다가 아주 작은 야생화를 만났다.
가늘고 긴 줄기 끝에 연보랏빛 꽃이 달려 있었고,
꽃잎마다 진한 보라색 줄무늬가 그어져 있었다.
어찌나 여리고 단정한지 한참을 쪼그려 앉아 들여다보았다. 꼭 작은 난초 같았다.
내년에도 이 꽃을 더 많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봄에 어린싹이 올라오면 내가 알아볼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또 잡초인 줄 알고 뽑아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뿌리 둘레의 흙을 넉넉히 떠서 화분에 옮겨 심었다.
올해는 내가 지켜주고, 내년에는 더 많이 만나고 싶어서다.
이름은 아직 정확히 모른다. 그래도 이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식물이 되었다.
산국차에 담긴 가을 향기
오늘은 산국도 조금 꺾어 왔다.
맑은 물에 노란 꽃송이를 띄우니 작은 꽃들이 잔잔히 흔들렸다.
햇살 아래 앉아 찻잔을 들고 향을 맡았다.
향기가 참 좋았다.
눈으로 꽃을 볼 때의 아름다움과, 코로 향을 맡을 때의 기쁨은 또 달랐다.
산에서 만난 가을이 한 잔의 차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이런 순간이면 자연이 주는 선물이 꼭 크고 특별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무 한 그루, 작은 꽃 한 송이, 그리고 잠시 멈춰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여유.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충분히 풍성해진다.

하늘정원에서 배운 것
하늘그린농장의 가을은 온통 야생화로 흔들린다.
어떤 꽃은 노랗고, 어떤 꽃은 연보랏빛이며, 어떤 잎은 붉게 물들어 제 몸으로 계절을 말한다.
나는 나무를 잘 키우려고 풀을 정리했지만, 오늘은 그 풀들 사이에도 지켜야 할 아름다움이 있다는 걸 배웠다.
물론 농장을 가꾸려면 뽑아야 할 풀도 있다.
나무의 생육을 방해하는 식물도 있고, 덩굴처럼 다른 식물을 덮어버리는 식물도 있다.
그래도 앞으로는 조금 더 살펴보려 한다.
꽃이 피기 전의 모습도 사진으로 남겨 두고, 이름을 찾아보고, 가능하면 꽃이 피는 자리는 남겨 두어야겠다.
올해 몰라봤던 꽃을 내년에는 알아볼 수 있도록. 오늘의 작은 아쉬움이 내년의 새로운 배움이 되도록.
숲을 가꾸는 일은 나무만 키우는 일이 아니었다. 그곳에 함께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을 알아가는 일이기도 했다.
꽃을 알면 산이 더 아름다워지고, 이름을 알면 마음도 조금 더 깊어진다.
오늘도 하늘그린농장의 가을은 그렇게 나를 가르쳐 주고 있다.
ㅡ여성임업인 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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