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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번째 체육 영웅, 안세영

forestella 2026. 10. 13. 20:29

대한민국은 안세영 보유국이다

손흥민도 멋졌고, 박지성도 대단했다.
차범근의 이름에는 한국 축구의 역사가 담겨 있고, 박찬호에게서는 세계를 향해 나아가던 한국인의 꿈을 보았다.
김연아도 박세리도....

그들은 모두 훌륭한 선수였다.

그들의 활약에 감탄했고, 그 이름이 세계에 불릴 때마다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한 번도 누군가의 팬이라고 말해 본 적이 없다.

 

그런 내가 요즘 마음을 온통 내어준 선수가 있다.

안세영.

(속으로 작게, 꺅~~~~~~~!!!.)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저 배드민턴을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마음이 달라진 것은 올해 9월 29일,

일본 이치노미야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의 야마구치 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확정한 직후의 모습을 보면서였다.

코트 위에 당당하게 서 있는 뒷모습.

그 순간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와, 멋진 선수구나. 정말 한국의 자랑이구나.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작은 체구의 선수라고 생각했는데, 그날은 어찌나 커 보이던지.

두 다리는 신전의 지붕을 떠받치는 대들보 같았고,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을 압도하는 기세가 있었다.

누구 앞에서도 작아지지 않는 당당함, 자기 실력으로 우뚝 선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위엄.

 

키가 자란 것도, 체구가 달라진 것도 아닐 텐데 사람이 저렇게 커 보일 수도 있구나 싶었다.

그 뒷모습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그날 이후로는 경기 결과만 보지 않게 되었다.

코트에 들어서는 모습, 상대를 마주하는 눈빛, 경기가 끝난 뒤의 자태까지 자꾸 눈길이 갔다.

참 묘한 일이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마음에 남았다.

경기가 끝난 뒤, 진 쪽의 야마구치 선수가 안세영을 두고 정말 강한 상대였다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말을 읽으며 그 선수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정이 쉽지 않은 법이다.

특히 방금 막 자신을 꺽은  사람, 그것도 자기 나라 땅에서 자신을 이긴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모습에서 나는 또 하나의 당당함을 보았다.

이긴 사람의 당당함은 진 사람의 인정으로도 확인되는 모양이다.

서로를 존중하는 승부여서, 안세영이 더 커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안세영의 실력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젊은 나이에 자기 중심을 잃지 않는 모습이 좋다.

세계 무대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기 경기를 해내는 모습이 좋다.

자기 실력에 대한 확신과 올곧은 기개가 좋다.

물론 내가 그 선수의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다.

다만 코트 위에서 보여 주는 모습과 자기 길을 걸어가는 태도에서, 나는  한 사람의 큰 기개를 본다.

 

그러다 문득 요즘 사람들이 쓰는 말이 떠올랐다. 국뽕.

솔직히 그 말이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다. 국가적 자부심을 과장하는 표현쯤으로 여겼던 것 같다.

그런데 안세영을 보면서 알 것 같았다. 아, 사람들이 말하는 국뽕이라는 게 이런 마음이구나.

일본 땅에서, 일본의 에이스를 꺾고 서 있는 한국 선수를 보며 내가 한 것도 없는데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 선수가 대한민국 선수라는 사실만으로 어깨가 으쓱해지는 마음.

누군가 안세영을 칭찬하면 괜히 내가 더 뿌듯해지고,

세계 무대에서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까지 자랑스러워지는 마음.

저렇게 단단한 젊은이가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이 든든하다.

 

그날 안세영은 여자 단식 선수 최초로 아시안게임 2연패를 이루었다.

그런데 내 눈에 오래 남은 것은 기록보다, 그 땅에서 당당하게 서 있던 그 모습이었다.

요즘은 이런 말도 한다지.

"대한민국은 (***) 보유국이다!"ㅡ 워낙 많은 우리 젊은 선수들이 있으니 ㅡ

 

ㅎㅎㅎ 그 말을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그래, 우리는 안세영 보유국이다.

아마 내가 처음으로 경험한 국뽕은 (국가적 어깨 들림) 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내게 안세영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선수라는 말만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다.

메달을 따는 사람은 많을 수 있다.

뛰어난 기록을 남기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기록을 넘어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안세영이 내게는 그런 선수다.

 

어쩌면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데는 거창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은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보여 주는 어떤 모습이 내 마음속의 무언가를 깨우면 된다.

나는 그 선수의 뒷모습에서 당당함과 올곧음 같은 것들을 새삼 떠올렸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그 선수를 응원한다.

경기에서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만은 아니다.

자기 길을 당당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오래도록 보고 싶다.

그 단단한 기개와 자신감을 계속 지켜 나가기를 바란다.

 

안세영 선수,
당신은 내 생애 첫 번째 체육 영웅입니다.

당신의 경기를 보며 처음으로 누군가의 팬이 되었고,

처음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국뽕이라는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코트 위에서 보여 주는 그 당당함과 올곧음을 오래도록 응원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안세영 보유국이다.

그리고 나는 그 당당한 젊은 거인의 팬이다.

 

ㅡ 여성임업인 루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