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 속에서 빛이 터진다.
그 빛은
태양처럼 밝았지만 태양과는 다른 종류의 빛이었다.
그 순간, 누군가는 환호했고
누군가는 침묵했고
한 사람은 조용히 서 있었다.
그 사람, J. Robert Oppenheimer.
나는 그 장면을 보며이 이야기가 단순한 과학자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우리는 보통 과학을 진보라고 부른다.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더 멀리 나아가는 것.
하지만 그날 이후 나는 다른 질문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끝은 어디인가.
전쟁은 인간을 몰아붙인다.
그리고 인간은 자신이 가진 가장 강력한 것을 꺼내든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Manhattan Project였다.
수많은 천재들이 한곳에 모였다.
그들은 서로 경쟁했고,서로를 이해했고,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그 목표는 단 하나였다.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마침내
Trinity Test
그날이 온다.
폭발은 성공이었다.
하지만 그 성공은 어디까지가 성공이었을까.
그 이후의 이야기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도시는 사라졌고 사람들은 숫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 숫자 뒤에는 말로 다 하지 못할 삶들이 있었다.
영화 속 오펜하이머는 승리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보인다.
그는 말한다.
“과학자들은 죄를 알게 되었다.”
그 말이 오래 남는다.
지식은 언제부터 책임이 되는 걸까.
뉴스를 보다가 문득 뇌가 멈춘다.
어느 화면에서는
누군가의 죽음이 너무도 담담하게 전해지고 있었다.
“표적 제거.”
“정밀 타격 성공.”
그 말들은 너무 정확했고, 너무 깔끔해서 오히려 더 살벌했다.
나는 한동안
그 화면을 바라보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지금 사람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을
이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뉴스를 보고 있게 되었구나.
너무 무서운 세상임을 느낀다.
버튼 하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누군가는 화면을 보고 결정을 내리고, 그리고 실행한다.
그 사이에는 거리만큼이나 감정도 함께 멀어지는 것일까?.
예전의 전쟁은 적어도 서로의 눈을 마주했다.
숨소리,두려움,망설임.
그 모든 것이 인간의 영역 안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전쟁은 너무 멀다.
너무 정확하고,너무 효율적이고, 너무 빠르다.
그래서 더 무섭다.
나는 문득 Oppenheimer 를 떠올린다.
그날,인류는 엄청난 힘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그 힘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정교해졌다.
핵폭탄에서 시작된 질문은 지금도 이어진다.
우리는 얼마나 멀리서,얼마나 쉽게,누군가의 삶을 끝낼 수 있는가.
더 두려운 것은 그 다음이다.
그 일이 “성공”이라는 말로 정리될 때.
나는 그 단어 앞에서 자꾸 멈춘다.
성공.그 말은 무엇을,누구를 기준으로 하는 걸까?.
우리는 기술을 발전시켰지만 마음은 어디에 두고 있는것일까?.
나는 내가있는 숲을 돌아본다.
숲은자라면서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안다.
그래서 서로를 해치지 않고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우리는 가능하면 해보고 싶고 할 수 있으면 더 나아가고 싶다.
그리고 가끔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는다.
이 이야기 끝에서 하나의 질문을 해본다.
우리는얼마나 더 멀리 갈 수 있는가가 아니라 멈추어야 할 그곳에서 멈출 수 있는가를.
나는 이 이야기를 보며 과학이 무섭다고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이 무섭다고 느꼈다.
숲으로 돌아온다.
봄비를 슬며시 뿌려주는 오늘 바람이 지나가고 나뭇잎이 흔들린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세상은 조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