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릅밭에서 떠오른 엉뚱한 생각
며칠째 두릅묘목 밭에서 묘목을 캐고있다.
남편은 굴삭기 위에 올라 앉아 묘목을 파 올리고,
나는 그 뒤를 따라다니며 묘목을 골라내고, 흙을 털어내고, 옮기고, 또 정리한다.
일이란 참 묘하다.
겉으로 보면 굴삭기를 움직이는 사람이 더 힘들어 보이지만,
막상 하루 종일 해보면 뒤에서 묘목을 고르고 들어 나르는 사람이 더 지친다.
그래서 나는 오늘 중간에 이런 생각을 했다.
“아… 내가 지금 노예인가?”
물론 농담이다.
하지만 허리와 팔이 동시에 아파오기 시작하면, 사람은 별별 생각을 다 하게 된다.
굴삭기가 흙을 뒤집고, 그 속에서 두릅 묘목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나는 그중에서 좋은 것만 골라내고 묶어 옮긴다.
같은 동작을 몇 시간이고 반복하다 보니 머릿속이 잠깐 멍해졌다.
그러다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삼식아저씨가 두릅 농사가 아니라…
뱀장사였다면?”
그러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마 산에서 뱀을 잡아오면
집에서 뱀탕을??? ㅡㅡ:::.
생각해보니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참 단순하다.
남편이 하는 일 옆에서, 아내는 그 일을 도우며 함께 살아간다.
남편이 어부면 생선을 손질하고
남편이 농부면 밭에서 함께 일하고
남편이 약초꾼이면 약초를 말리고
그 생각을 하다가 혼자 피식 웃었다.
다행히 우리 집은 두릅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두릅과 씨름을 하고있다.
팔,다리, 허리는 아프지만
그래도 봄이 오면 가장 먼저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 이 두릅이다.
산은 이렇게
사람을 힘들게 하면서도 또 웃게 만든다.
오늘도 두릅밭에서 노예 같은 하루를 보냈지만,
그래도 나는 이 산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