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월 29일의 기록)
지금 생각해도 실로 대단한 경험이었다.
국가고시라니.
1분에 1문제씩 풀어야 하는 시험이라니.
머리로는
“괜찮아, 할 수 있어.”
“떨어지면 다시 도전하면 되지.”
이런 말로 나 자신을 다독였지만, 몸은 끝내 그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광덕산을 넘던 순간
시험 하루 전,
대전으로 출발하던 길.
광덕산을 넘는데 갑자기 숨이 막혀오고 식은땀이 솟았다.
평소 같으면 참 멋진 풍경을 즐겼을텐데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 상태로 갈 수 있을까?’
‘차라리 돌아가야 하나…?’
차 안에서마음이 몇 번이나 갈림길에 섰다.
서울에 도착하면 일단 한의원부터 가자고 마음먹었다.
터미널 바로 앞 건물3층에 이름도 참 향기로운 향기한의원.
간판을 보는 순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제가 신경을 좀 썼더니급체한 것 같습니다.”
젊은 한의사 선생님은
이마를 짚고, 맥을 보고, 혀를 살폈다.
곧바로 위장 부위 전기자극,
엎드려 부황,다시 누워 침.
“선생님… 저 12시 40분 차 타야 해요.”
시간이 급하다고 하니
난처해하시다가“맞춰서 해드릴게요”라고 하셨다.
선생님의 신속한 조치 덕분에 나는 다시 숨을 찾았고,무사히 대전으로 갈 수 있었다.
대전에 도착해 예약된 숙소로 가니 먼저 와서 기다려 주던 동료가 있었다.
시험 과목은 무려 16과목.
요점만 훑어봐도 양이 엄청났다.
4시 입실이라하여 로비에 앉아 있었는데 사방이 다 전쟁터 같았다.
모두가 말없이,무섭게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몸이 도무지 따라주질 않았다.
호텔의 휘황한 불빛도 버거웠다.
예약실로 올라가니
아담한 공간이 마치 품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거기엔 욕조도있어서 너무 좋았다 .
그날 나는
공부 대신 물요법을 택했다.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그저 숨을 고르는 것.
그날, 그 물이 나를 살렸다.
시험 당일 아침.주차 걱정에 일찍 출발했는데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산림치유사협회 선배들이 응원 겸 싸인펜과 초콜릿을 나눠주셨다.
그 마음이 참 고마웠다
.
60이 넘어 도전한 국가고시는
심장을 터뜨릴 듯 긴장하게 했지만나는 끝까지 치르고 나왔다.
그리고
딸과 사위의 호위를 받으며
화천으로 돌아왔다.
결과는 모른다.
머릿속은 완전히 0로 로 지워진 상태였다.
누군가는 수험표 뒤에 답을 적어왔다지만
우리 반 감독관은필기구 외엔 전부 가방에 넣어뒤에 두라고 해서그럴 틈도, 생각도 없었다.
결국
2월 20일을 기다릴 수밖에.
떨어진다면
“내년엔 더 똑똑하게 잘 보자.”
신랑은 지금부터 준비해서공부하라며 웃었다.
오늘은
내일 시험을 앞둔 사람들에게 격려 전화를 몇 통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화를 걸며 말하는 내 목소리 위로
2023년 시험을 보러 가던 내 모습이 겹쳐 보였다.
숨이 막히던 광덕산,
한의원 간판 앞에서의 안도,
뜨거운 욕조 속에서의 회복.그래서 더 진심으로 말할 수 있었다.
"마음 차분히 이제는 무엇을 암기 한다기보다는 면허시험 공부할때처럼 문제.답을 한번씩 훝어보세요 "
나 자신을 통과해 나온 여행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오늘,
그 여행을 이미 한 사람으로서누군가를 응원하고 있었다.
이렇게
시간은 흘러도
경험은내 안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