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축제장은 축제장이었다.
수요일이라 조금 느긋할 줄 알았는데,
얼음판엔 빈 구멍이 하나도 없었다.
의자, 양동이, 사람, 사람, 또 사람.
햇살은 좋고,
산은 말이 없고,
스피커에서는 음악이 둥둥 떠다녔다.
나는 잠깐 계산대를 비우고 얼음판에 서 보았다.
신발 밑으로 전해지는 단단한 차가움,
얼굴엔 따뜻한 햇볕.
“오~ 괜찮다.”
그 말이 절로 나왔다.
낚싯대도 잡아보고,
구멍도 들여다보고,
제법 진지한 얼굴로 기다려봤는데…
고기는 안 물었다.
아무래도 물고기들도 화요일은 쉬는 모양이다.
그런데 옆자리 아저씨 아들, 영재가 두 마리를 번쩍 들어 올렸다.
사람들이 “오~” 하고 웃고,
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그 고기들을 봉지에 담아 들고 왔다.
그리고 말했다.
“내가 잡았당.”
다 아는 거짓말.
하지만 이런 거짓말은 다 같이 웃으라고 하는 거니까,
진실보다 쓸모 있다.
고기는 영재가 잡고,
봉지는 내가 들고,
추억은 오늘이 다 가져갔다.
다시 자리로 돌아오니 카드 단말기는 여전히 바쁘고,
손님들 손은 얼음장인데 카드는 핫팩 덕에 따뜻하고,
난로 위에는 귤이랑 두유가 조용히 데워지고 있었다.
아주 작은 왕자, 공주 같은 아이들이 오면
두유를 슬쩍 건네고,
“조금 식으면 아가 주세요.”
그러면 아이 눈이 동그래지고,
엄마 얼굴이 풀어진다.
오늘도 그렇게
- 사람 구경 조금 하고
- 햇볕 한 줌 쐬고
- 거짓말 하나 보태고
- 고기 두 마리 생기고
- 마음은 고갈되지 않은 채
하루가 흘러갔다.
고기는 못 잡았지만,
기분은 잡은 날.
얼음판엔 빈 구멍이 없었고,
오늘엔 괜찮은 장면들이 꽤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