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결 리더십 다이어리”

“말은 기술이지만, 리더십은 결입니다. 숲의 결로 사람의 마음을 읽고, 부드럽고 따뜻한 리더가 되는 기록.”

“마음을 밝히는 힘” 자세히보기

카테고리 없음

3편|친구를 잘못 사귄 두릅

forestella 2026. 6. 18. 21:48

 

풀들은 참 영리했습니다.

뽑히는 순간이 오면

줄기를 뚝 끊어버리고,

뿌리만이라도 흙속에 꼭 숨겼습니다.

“몸통은 내줘도 뿌리는 지킨다!”

그것은 풀들이 오래전부터 배워온

작고도 질긴 생존 작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린 두릅은 달랐습니다.

줄기는 아직 연했고,

뿌리도 가늘고 여렸습니다.

잎은 햇빛을 향해 막 펼쳐지고 있었고,

흙냄새 묻은 작은 몸은 풀들 사이에 가만히 섞여 있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풀인지, 두릅인지

쉽게 알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오늘도 이른 아침, 루시아는 두릅밭에 앉아

정신없이 풀을 뽑고 있었습니다.

쑥, 쑥, 쑥.

닭의장풀도 뽑고,

나팔꽃 줄기도 걷어내고,

이름 모를 풀들도 한 움큼씩 뽑아냈습니다.

풀들은 손끝에서 쉽게 끊어지기도 하고,

뿌리째 딸려 나오기도 했습니다.

루시아의 손은 바빴습니다.

“이대로 두면 두릅 숨 막히지.

햇빛도 못 보고, 바람도 못 맞고…….”

그때였습니다.

손끝에 닿는 느낌이 조금 이상했습니다.

“어?”

흙이 살짝 들리더니,

여린 두릅 한 그루가

뿌리째 딸려 나왔습니다.

순간 루시아는 그대로 굳어버렸습니다.

“아이고…….”

작은 두릅은 축 늘어진 잎을 달고

루시아의 손 위에 가만히 누워 있었습니다.

가느다란 뿌리에는

아직 촉촉한 흙이 묻어 있었습니다.

루시아의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속상한 마음에

루시아는 먼저 두릅을 혼냈습니다.

“내가 친구 잘 사귀라고 했지.

왜 풀하고 그렇게 꼭 붙어 있었어!”

두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잎 끝을 조금 떨 뿐이었습니다.

풀밭 사이로 바람이 지나갔습니다.

두릅밭은 조용했습니다.

 

루시아의 목소리가 금세 작아졌습니다.

“아니야…….”

루시아는 두릅을 두 손으로 조심히 받쳐 들었습니다.

“네 잘못이 아니지.

내가 못 보고 뽑았어.”

축 처진 작은 잎을 바라보며

루시아가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미안해.”

그 말이 흙 위에 천천히 내려앉았습니다.

루시아는 곧바로 작은 구덩이를 팠습니다.

두릅 뿌리가 꺾이지 않도록 조심조심 펼쳐 넣고,

부드러운 흙을 덮어주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루시아는 가장 먼저 그 자리로 갔습니다.

“어제는 정말 미안했어.”

그때였습니다.

두릅의 작은 새잎 하나가

바람을 타고 아주 살짝 고개를 들었습니다.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루시아는 그제야 숨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아주 작게 웃었습니다.

“그래. 살아줘서 고마워.”

 

풀들은 여전히 자라고 있었습니다.

햇빛은 여전히 두릅밭 위에 내려왔고,

바람은 어린잎 사이를 조심스럽게 지나갔습니다.

루시아는 그날부터

풀을 뽑기 전에 한 번 더 바라보았습니다.

풀인지, 두릅인지.

해로운 것인지, 지켜야 할 것인지.

내 손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다 보면

지켜주려던 마음으로도

누군가를 다치게 할 때가 있습니다.

두릅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 작은 새잎 하나로

루시아에게 대답해주었습니다.

다시 살아보겠다고.

괜찮다고.

그리고 다음부터는

조금 더 천천히 살펴 봐달라고.

 

지켜주려던 손도 때로는 여린 생명을 다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랑에는 힘보다 조심스러움이 먼저 필요하다.

출처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