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결 리더십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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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욧! 닭의장풀의 억울한 항의

forestella 2026. 6. 16. 21:39

[하늘그린 자연동화 2]

하늘그린농장의 아침 입니다.

밤새 잎사귀마다 맺힌 이슬이 반짝이고,

어린 두릅묘목들이 햇살을 기다리며 조용히 서 있었습니다.

 

루시아는 넓은 모자를 눌러쓰고 묘목밭으로 들어갔습니다.

“얘들아, 잘 잤니?”

그러자 두릅묘목들이 작은 잎을 살랑살랑 흔들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풀숲 사이에서 아주 선명한 푸른빛 하나가 루시아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머, 닭의장풀이 피었네.”

닭의장풀은 기다렸다는 듯 파란 꽃잎을 활짝 펼쳤습니다.

푸른 하늘에 보랏빛 물감을 한 방울 떨어뜨린 듯, 참 신비로운 색이었습니다.

루시아는 한참 동안 꽃을 바라보았습니다.

“너는 볼 때마다 신기해. 세상에 어떻게 이런 색의 꽃이 피었을까?”

닭의장풀은 수줍은 척 고개를 살짝 숙였습니다.

하지만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좀 특별하기는 하지요.”

“그래. 정말 예쁘다.”

루시아의 칭찬을 들은 닭의장풀은 더욱 우쭐해졌습니다.

옆에 있던 두릅묘목을 향해 몸을 기울이며 속삭였습니다.

“들었지? 루시아가 나를 예쁘다고 했어.”

두릅묘목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응. 꽃이 참 파랗고 예뻐.”

“그러니까 내가 네 옆에 조금 더 가까이 있어도 괜찮겠지?”

닭의장풀은 슬그머니 두릅 곁으로 자리를 넓혔습니다.

줄기는 옆으로 눕고, 마디마다 뿌리를 내리며 조금씩 퍼져갔습니다.

“내가 옆에 있으면 밭도 훨씬 예뻐 보일 거야.”

“그런데 조금 좁은 것 같아.”

두릅이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좁긴 뭐가 좁아. 예쁜 꽃이 곁에 있으면 좋은 거지.”

닭의장풀은 두릅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닭의장풀은 한 포기가 두 포기가 되고, 두 포기가 여러 포기가 되었습니다.

잎은 두릅의 발밑을 덮고, 줄기는 두릅 주변으로 길게 뻗었습니다.

두릅묘목은 햇빛을 받기 위해 목을 길게 내밀어야 했습니다.

“닭의장풀아, 나도 햇빛을 좀 받고 싶어.”

“잠깐만 기다려. 내 꽃이 활짝 피고 있잖아.”

“내 뿌리도 조금 답답해.”

“꽃이 이렇게 예쁜데 그 정도는 참아야지.”

그때 루시아가 두릅묘목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런, 닭의장풀이 벌써 이렇게 많이 퍼졌네.”

루시아는 두릅 가까이에 붙어 있는 닭의장풀의 줄기를 한 움큼 잡았습니다.

그러자 닭의장풀이 깜짝 놀라 소리쳤습니다.

“잠깐만요!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욧?”

“두릅이 답답하대. 이곳에서는 네가 조금 물러나야겠어.”

루시아가 닭의장풀을 천천히 뽑으려 하자, 닭의장풀은 꽃잎을 파르르 떨며 외쳤습니다.

“미워욧!”

루시아는 손을 멈추었습니다.

“뭐가 미워?”

“나를 예뻐한다면서요!”

닭의장풀은 목소리를 더욱 높였습니다.

“내 꽃 색깔이 신비롭다고 했잖아요. 세상에 어떻게 이런 색이 있느냐고 감탄까지 했잖아요!”

“그랬지. 지금도 네 꽃은 예뻐.”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무자비하게 뽑을 수 있어욧?”

닭의장풀의 목소리에는 서러움이 가득했습니다.

루시아는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네 꽃을 좋아하는 것과, 네가 두릅밭을 모두 차지하도록 두는 것은 다른 일이야.”

“예쁜 꽃은 어디에서든 환영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어디에서든은 아니지.”

루시아는 어린 두릅의 작은 잎을 살며시 쓰다듬었습니다.

“이곳은 어린 두릅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야 하는 자리야. 네가 너무 가까이 퍼지면 두릅이 먹어야 할 물과 양분을 먼저 가져가게 돼.”

닭의장풀은 입을 삐죽 내밀었습니다.

“그러니까 두릅이 저보다 더 소중하다는 말이군요.”

“그런 뜻이 아니야.”

루시아는 부드럽게 대답했습니다.

“누가 더 소중한지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잘 살아갈 수 있는 자리를 찾아주는 거야.”

“흥! 말은 참 잘하시네요.”

닭의장풀은 여전히 토라진 얼굴이었습니다.

루시아는 꽃이 피어 있는 닭의장풀 몇 포기를 골라 묘목밭 가장자리로 옮겨 심었습니다.

그곳은 햇빛도 잘 들고, 줄기를 뻗을 자리도 넉넉했습니다.

“여기서 마음껏 자라렴. 아무도 네 햇빛을 가리지 않을 거야.”

닭의장풀은 주변을 슬쩍 둘러보았습니다.

두릅도 없고, 자신을 막는 다른 풀도 없는 넓은 자리였습니다.

“정말 여기서는 뽑지 않을 건가요?”

“두릅밭 안으로 다시 들어오지만 않는다면.”

“내 꽃도 계속 예쁘다고 해줄 거예요?”

루시아가 웃었습니다.

“그럼. 네 꽃이 아름다운 것은 자리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으니까.”

며칠 뒤, 묘목밭 가장자리에 푸른 꽃이 다시 활짝 피었습니다.

루시아가 지나가며 말했습니다.

“오늘도 참 신비롭고 예쁘다.”

닭의장풀은 모른 척 고개를 돌렸습니다.

“흥, 이제야 제 자리를 제대로 알아보셨군요.”

하지만 파란 꽃잎은 기분 좋은 듯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렸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두릅도 햇빛을 듬뿍 받으며 새잎을 펼쳤습니다.

두 식물은 더 이상 서로의 자리를 빼앗지 않았습니다.

루시아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예뻐하는 마음은 모든 것을 허락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서로를 아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때로, 각자가 잘 자랄 수 있는 자리를 지켜주는 일이었습니다.

 

핵심

예쁘고 소중한 존재라도 모든 자리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아끼는 마음은 서로의 자리를 빼앗지 않고, 각자가 잘 자랄 수 있는 곳을 찾아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