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두 줄과 닫힌 방문
오늘은 신랑의 말 한마디가 조금 서운했다.
아침에는 농기계 추첨이 있으니 시간 맞춰 다녀오라는 말을 듣고, 그 일부터 챙겼다.
시험 생각도 머릿속 한쪽에 가득했지만, 미뤄두었던 두릅 묘목밭의 두 번째 풀 작업도 겨우 마쳤다.
며칠 동안은 들깨 모종정리까지 하느라 힘에 부쳤다.
생각처럼 자라주지 않는 모종을 들여다보고, 두개씩 남기고 안나온곳에 옮겨 심고,
다시 살피느라 몸도 마음도 조금 지쳐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오늘 묘목밭에 가봤어?”
“매일 가봐야지.”
아마 별뜻 없이 한 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곱게 받아줄 만큼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내가 오늘 해낸 일보다 아직 하지 못한 일 하나가 먼저 보이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토라졌다.
나는 조용히 방문을 닫고 들어왔다.
잠시 누워 있었지만, 서운한 마음은 이불 속에서도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서 냉커피를 한 잔 탔다.
그리고 좋아하는 김밥집에서 사온 김밥 두 줄을 꺼냈다.
사실 처음에는 한 줄씩 나눠 먹을 생각이었다.
“오늘 고생했네.”
“풀 뽑느라 힘들었지?”
“시험도 걱정일 텐데 수고했어.”
그중 한마디만 들었어도 김밥 한 줄은 자연스럽게 신랑과 나누어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예쁜 말은 없었다.
그래서 나도 잠시 마음을 늦추기로 했다.
냉커피를 마시고, 김밥을 천천히 먹으며 혼자만의 작은 위로를 누렸다.
두 줄은 역시 조금 많았는지 네 조각이 남았다.
그 네 조각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이 났다.
오늘의 엘라의 판결은 이렇다.
김밥 한 줄을 건네받으려면 예쁜 말 한마디가 먼저 필요하고,
네 조각을 남겨둔 것은 아직 마음 한쪽에 다정함이 남아 있다는 증거.
부부 사이의 서운함은 때로 아주 사소한 말에서 시작된다.
“수고했어.”
그 짧은 말이 있었다면 닫힌 방문도 조금 늦게 닫혔을 것이고,
김밥 한 줄도 자연스럽게 건너갔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안다.
잠시 토라지고, 잠시 문을 닫고, 김밥을 혼자 먹는 날이 있어도
결국 남은 네 조각처럼 서로의 몫을 아주 없애지는 못한다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