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듣다가 가끔은 말문이 막히는 순간이 있다.
가사가 너무 좋아서도 아니고,
멜로디가 화려해서도 아니다.
그저 한 사람의 목소리 안에
너무 많은 삶이 들어 있어서
조용히 숨을 고르게 되는 순간.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 가 그랬다.
프랑스 샹송의 전설,
작은 참새라 불렸던 여인.
그녀의 본명은 에디트 조반나 가시옹.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에디트 피아프라고 불렀다.
피아프는 프랑스어 속어로 참새라는 뜻이다.
작고 여린 몸.
거리에서 시작된 삶.
화려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
가난과 불안, 상처와 외로움.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노래는 참 아름답다.
깨끗한 유리잔 같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비바람을 다 맞고도 향기를 놓지 않은
장미 같은 아름다움이다.
이쁘지 않은 삶에서 피어난 예쁜 노래
에디트 피아프의 삶은
결코 장밋빛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안정적인 가정의 품을 누리지 못했고,
거리에서 노래하며 살아야 했다.
사랑도 평온하지 않았다.
몸도 자주 아팠고, 삶은 늘 그녀를 거칠게 흔들었다.
그런데 그녀가 부른 노래는
이상할 만큼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특히 〈La Vie en rose〉,
사랑에 빠지면
세상이 장밋빛으로 보인다는 노래다.
하지만 피아프가 부르면
그 말이 단순한 낭만으로 들리지 않는다.
“세상이 원래 아름다워서 장밋빛이다”가 아니라,
너를 사랑하는 그 순간만큼은
이 거친 세상도 장밋빛으로 보고 싶다는 간절함처럼 들린다.
그래서 더 아프고,
그래서 더 예쁘다.
운명의 사랑, 마르셀 세르당
피아프의 사랑 이야기에서
가장 깊고 아픈 이름은
권투 선수 마르셀 세르당이다.
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복서였고,
그녀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가수였다.
한 사람은 링 위에서 맞고 버티는 남자.
한 사람은 무대 위에서 울음을 삼키며 노래하는 여자.
서로 다른 세계에 있었지만,
어쩌면 두 사람은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보았을지도 모른다.
그 사랑은 뜨거웠다.
그러나 너무 짧았다.
1949년,
마르셀 세르당은 에디트 피아프를 만나러 가던 길에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만나러 오던 길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남은 사람의 마음은 평생 무너질 수 있다.
피아프는 얼마나 많이 스스로에게 물었을까.
조금만 늦게 오라고 했더라면.
다른 길로 오게 했더라면.
내가 부르지 않았더라면.
물론 그 사고는 그녀의 잘못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은
자꾸 자기 안에서 이유를 찾는다.
그 죄책감과 그리움,
그 견딜 수 없는 상실이
〈사랑의 찬가〉 속에 깊이 스며 있다.
〈사랑의 찬가〉, 사랑 그 자체
〈사랑의 찬가〉는 단순한 사랑 노래가 아니다.
사랑을 설명하는 노래도 아니다.
이 노래는 정말
사랑 그 자체에 가깝다.
가사의 핵심은 이렇다.
세상이 무너져도,
하늘이 갈라져도,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나는 두렵지 않다는 마음.
사랑 앞에서
체면도, 계산도, 안전장치도 내려놓은 한 사람의 고백이다.
그 고백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무섭도록 절대적이다.
왜냐하면 그 사랑은
이미 죽음의 그림자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찬가〉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보다 더 깊다.
그 안에는 이런 마음이 있다.
당신이 있다면 세상이 무너져도 괜찮고,
당신이 없다면 세상이 멀쩡해도 나는 무너진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으면
가슴 깊은 곳에서
작은 눈물 한 방울이 올라온다.
크게 울지 않아도 된다.
그저 한 방울이면 충분하다.
그 한 방울 안에
사랑과 상실과 기억이 다 들어 있으니까.
작은 참새가 남긴 큰 울림
에디트 피아프는 작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를 참새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작지 않았다.
그 목소리에는
거리의 먼지,
사랑의 열기,
상실의 통증,
그리고 다시 노래하려는 의지가 들어 있었다.
피아프는 예쁜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예쁜 노래를 불렀다.
어쩌면 진짜 아름다움은
상처 없는 곳에서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상처가 지나간 자리에서
끝내 무너지지 않고 피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화천 산자락에서도 그렇다.
돌이 많은 밭,
가뭄 든 흙,
풀과 싸운 자리.
그런 곳에서도 어느 날 작은 싹이 올라온다.
들깨의 어린잎처럼,
두릅의 새순처럼,
겨울을 견딘 나무 끝의 연한 초록처럼.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의 찬가〉가 지금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이유는
그 노래가 완벽한 사랑을 말해서가 아니다.
그 노래가
잃어버린 사랑마저 품고 살아가는 인간의 마음을
너무도 솔직하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도 조용히 내려앉는다.
눈물 한 방울처럼.
〈사랑의 찬가〉는 사랑을 설명하는 노래가 아니라, 사랑 그 자체에 가까운 노래다.